본문 바로가기
주경야독

오늘의 사자성어, '각자도생'에 대해 알아보자.

by OK2BU 2025. 6. 14.

사자성어는 시대의 가치와 인간관계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언어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은 특히 현대 사회에서 자주 언급되는 사자성어 중 하나로, 공동체보다 개인의 생존이 우선되는 현실을 냉정하게 반영한다. 본 포스팅에서는 각자도생의 어원과 의미, 역사적 맥락, 현대적 활용, 사회적 함의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이 사자성어가 담고 있는 철학적 깊이를 고찰하고자 한다.


각자도생의 문자적 해석과 기본 의미

‘각자도생(各自圖生)’은 한자 네 글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 各(각 각): 각각, 각기
  • 自(스스로 자): 자기 자신
  • 圖(꾀할 도): 꾀하다, 모색하다, 방법을 강구하다
  • 生(날 생): 삶, 생존

따라서 각자도생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각자가 스스로의 생존을 도모한다”**는 뜻이다. 이는 공동체적 지원이나 협력 없이 개인이 자신의 힘으로 살아남는 상황을 뜻하며, 고립된 생존, 경쟁 중심 사회, 또는 위기 속 탈출구를 스스로 찾아야 하는 현실을 암시한다.


사자성어의 유래와 역사적 배경

동양 고전 속 개인의 생존 본능

각자도생이라는 표현은 특정 고전에서 직접 등장한 표현은 아니지만, 유사한 정신은 전국시대의 사상에서 유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법가(法家) 사상은 공동체보다 개인의 이해와 생존을 중시했으며,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에서는 집단보다 개인적 선택과 대응이 강조되었다.

대표적인 예는 **《한비자(韓非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는 인간이 본성적으로 이익을 추구하고, 필요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는 곧 각자도생적 상황을 철학적으로 정당화하는 논거로 작용한다.

조선 후기의 각자도생 상황

조선 후기 사회가 붕괴되고 민란과 외침, 기근, 질병이 만연하던 시기, 백성들은 중앙 정부의 지원 없이 자신만의 생존법을 찾아야 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각자도생의 정서는 자연스럽게 뿌리내렸다. 예컨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당시 정부가 무력화되었을 때, 백성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도망치거나, 적과 타협하거나, 자급자족의 삶을 선택했다.


각자도생의 현대적 적용

경제 불평등과 각자도생

오늘날 ‘각자도생’은 주로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현실에서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묘사할 때 사용된다. 고용 불안정, 청년 실업, 노후 불안, 자영업 몰락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 청년층은 스펙 쌓기 경쟁비정규직 전전 속에서 생존을 꾀하고,
  • 중년층은 퇴직 후 생계 대책 없이 하루아침에 생계형 자영업자가 되며,
  • 고령층은 국가의 노후 보장 없이 폐지나 병원비를 걱정하는 삶을 산다.

이처럼 각자도생은 사회 구조적 문제의 결과이자, 시스템의 실패를 개인이 떠안는 현실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말이다.

재난과 위기의 국면

팬데믹 상황이나 자연재해, 국가적 위기에서도 ‘각자도생’은 자주 언급된다. 예컨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마스크 확보를 위한 개인의 경쟁, 백신 접종 시기의 불공정성, 정부의 초기 대응 미흡으로 인한 국민의 자구책 마련 등이 모두 각자도생의 현대적 사례이다.


철학적·윤리적 관점에서 본 각자도생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의 충돌

각자도생은 극단적 개인주의의 표출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루소나 홉스가 주장한 사회계약론과도 맞닿는다. 홉스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는 문장을 통해 인간이 본래 자기보호를 위해 움직이는 존재임을 강조했는데, 이는 각자도생의 철학적 근거가 된다.

그러나 동양의 유교적 가치관은 공동체와 상호부조를 중시한다. **‘인(仁)’과 ‘예(禮)’**가 강조하는 것은 타자와의 관계이며, 생존 역시 함께 살아가는 방식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각자도생은 전통적 윤리관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도덕적 회의와 양심의 경계

각자도생이 강화될수록 개인은 타인과의 연대보다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도덕적 책임과 양심은 점차 흐려지거나 무력화된다.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 물건 사재기, 비윤리적 가격 인상
  • 책임 회피와 공동체 기여 회피
  • 극단적 이기주의로 인한 사회적 갈등

결국 각자도생은 생존의 필요성이라는 이름으로 도덕의 붕괴까지 초래할 수 있다.


사회적 함의: 각자도생이 지속될 때 나타나는 결과

공동체의 해체

각자도생의 사회가 지속될 경우, 신뢰의 기반이 무너지고 공동체는 해체된다. 구성원 간의 연대감이 사라지고, 경쟁만이 지배하는 구조에서는 약자는 더욱 고립된다. 이로 인해 사회적 양극화는 심화되며, 결국 공동체 전체가 위기에 처하는 구조적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 정책과 국가 기능의 위축

복지나 재난 대응, 보건 정책은 공동체적 협력과 신뢰를 전제로 작동한다. 그러나 각자도생이 보편화되면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을 개인에게 전가하게 되며, 결국 공공 시스템 자체가 마비되는 악순환이 초래된다.


각자도생을 넘어서기 위한 대안

사회적 연대 회복

각자도생의 반대말은 공동체적 연대이다. ‘상부상조(相扶相助)’, **‘동병상련(同病相憐)’**과 같은 사자성어가 강조하듯, 함께 아파하고, 함께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과 인식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복지 제도 강화와 신뢰 기반 구축

  • 국민연금, 건강보험, 긴급 재난지원과 같은 제도는 각자도생의 압박을 줄이는 핵심 장치다.
  • 국가와 시민 간의 신뢰 회복은 서로를 향한 불신의 악순환을 끊고, 상호 의존 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된다.
  • 지역 공동체와 자발적 협동조합, 생활협동조합 등은 새로운 연대의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

결론: 각자도생을 넘어서, 함께 살아야 할 이유

각자도생은 생존의 본능적 표현이며, 어떤 면에서는 인간의 현실적인 조건을 그대로 반영한 말이다. 그러나 이것이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인지에 대해서는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는 타인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며, 가장 고립된 순간에 필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다. 각자도생은 냉혹한 현실의 진실일 수 있지만, 그것이 우리 삶의 유일한 진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각자의 생존이 아니라, 함께의 생존을 위한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