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면책특권'은 가짜뉴스 면허?

과거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한 논란이 불거졌었습니다. 그러나 김 의원이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근거로 불송치되자 여당 내에서도 이에 대한 반발이 일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면책특권을 아예 폐지하자"는 의견까지 나오면서 이제는 국회가 면책특권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은 헌법 제45조에 따라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표결에 관해 국회 외에서 책임지지 않는 면책특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수사한 결과 해당 의혹을 허위로 판단하고,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 대표 강진구 씨를 검찰에 넘겼습니다. 그러나 김 의원에 대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었습니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으로 인해 검찰에 넘겨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김 의원의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에 있습니다.

 

김 의원은 작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한 장관을 향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때 사실확인을 거치지 않고 의혹 제보자의 녹취를 그대로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그 녹취에는 "한동훈, 윤석열까지 다 와서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등의 대화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보자가 허위 제보임을 시인하면서 이 의혹은 가짜뉴스로 밝혀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은 "그날로 돌아간다면 같은 질문을 다시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일제히 반발했습니다. 국민들이라면 처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일반적입니다.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장예찬은 "청담동 술자리 운운하는 저질 가짜뉴스로 명예훼손을 한 게 인정됐지만, 면책특권 덕분에 불송치 처분을 받은 김 의원에게 살인 면허 007도 아니고 '가짜뉴스 면허'를 국회의원에게 발급해준 꼴"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국민의힘은 면책특권을 폐지하고자 합니다. 장 최고위원은 "세상에 이렇게 막 나가는 특권이 어디 있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대선 공약으로 면책특권 폐지를 주장했다고 한다. 이제 공약을 지킬 시간"이라며 "군사정권 시절 만들어진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면책특권이 의미가 변질돼 저질 정치의 면죄부가 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보수·진보, 여당·야당 할 것 없이 저질 정치를 추방하는 의미에서 면책특권 폐지를 함께 추진하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원내대표 윤재옥은 "국민께 신뢰받는 국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가짜뉴스 문제"라며 "악의적 목적을 갖고 명확한 근거나 진위에 대한 확인 절차 없이 책임지지 못할 허위·가짜뉴스를 유포하는 행위에도 지금과 같이 면책특권을 적용해야 할지에 대해선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가 됐다. 이 경우 면책특권 적용을 하지 않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공식 제안했습니다.

 

국회의원은 헌법 제45조에 따라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표결에 관해 국회 외에서 책임지지 않는 면책특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불체포특권과 함께 입법부의 독립·자주적 기능을 보호하고, 의원이 양심과 소신에 따라 자유롭게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특별한 장치입니다. 이는 제헌헌법에서부터 인정된 권리로, 1962년 제5차 개헌 때 '직무상' 요건이 추가돼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불체포특권은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 무력화할 수 있지만, 면책특권 제한 사유는 헌법에 규정돼 있지 않아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해외 주요국들은 의회 의원에게 면책특권을 어떻게 부여하고 있을까요?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발간한 연구보고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국내·외 비교와 쟁점'에 따르면 면책특권이 최초로 명문화된 영국은 1689년 '의회에서 행한 발언, 토론, 의사의 자유는 의회 외의 재판소나 어떠한 장소에서도 소추·심문받지 않는다'라고 규정해 면책특권을 명문화했습니다. 미국과 프랑스도 헌법을 통해 면책특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과 일본은 면책특권을 정립하면서 중요한 차이점을 두고 있습니다. 독일은 관련 조항에 단서를 달아 '중상적 모욕'은 면책되지 않는다고 명시했습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국회의원이 갖는 재량과 자율은 그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라는 취지에서 인정되는 것인 만큼, 직무와 무관하게 '굳이 허위 사실을 적시해 개별 국민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하는 행위'는 면책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회입법조사처는 면책특권을 제한하려는 개헌에 관한 장기적 구상과는 별개로 의회가 스스로 의원의 책임을 물어 제재하고 있는 주요국 사례를 참고해 국회가 자율적으로 사안의 시비를 판단하며 적절히 조치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면책특권의 남용을 방지하면서도 의원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할 합리적 기준을 설정하는 논의를 기대해 봅니다.